이번 글은 어느 풍력발전업체가
해상풍력사업을 위해 해상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던 도중
어민들의 반대 때문에 관할기관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통보받자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풍황계측기'란 특정 지역의 바람의
방향 및 세기 등을 측정하는 장비로서,
관련법상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1년 동안 사업 예정지의 바람과
세기‧방향 등을 측정한 값을 제출해야 합니다
참고로 '풍황계측기'는 조업을 방해하거나
항로를 막아 어선과 충돌하는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해상에 소위 '알박기'를 하고나서
실제 사업하려는 발전업체 등에게
웃돈을 붙여 사업권을 파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합니다
사건개요
청구인은 ㅇㅇ시 ㅇㅇ면 ㅇㅇ도 남쪽
약 8km 해상에 해상 풍황계측기 설치 목적으로
ㅇㅇ시장(피청구인)으로부터 2019. 5. 31.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허가면적 1,963㎡,
이하 ‘이 사건 허가’라 한다)를 받았으며,
2020. 6. 18. 공유수면 점·사용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후
해상 풍황계측기 설치공사를 진행하였으나,
2020. 10.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사유로 공사중지명령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통보 받자,
그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청구하였습니다
※ 처분사유 : 해상 풍황계측기 설치사업을 진행하는
해당 해역은 어선어업 조업구역으로
어업인과 해상풍력 민간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사업 진행은 불가하므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공사 중지 및 원상복구하고
민관협의회에서 사업시행 여부를 협의하여야 함
참고로 청구인은 '무효확인'을 주위적 청구로,
'취소'를 예비적 청구로 하여 병합하였습니다
즉, 처분의 무효확인이 되지 않으면
취소라도 해달라는 취지인 것입니다
('무효'는 처음부터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고,
'취소'는 소급하여 효력이 없게 된다는 점에서
그 효력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심판실무상
청구기간 제한여부 등의 차이점은 있습니다)
청구인 주장의 요지
절차적 하자 : 사전통지 미이행
청구인은 행정심판 청구서를 통해
"행정절차법 제23조에 의하면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나,
피청구인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면서
처분 사전통지를 통해 처분근거 및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실체적 하자 : 비례원칙 위반
또한, 청구인은 "청구인이 민원과 관련한
허가조건을 위반한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공사중지명령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부당하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조건에
'동 시설물 운용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민원사항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문제 제기 시 적극적인 해결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라는 조건이 부가돼있지만,
그 조건 자체가 부관에 붙일 수 없는
과도한 조건이어서 이는 무효에 해당하므로
청구인은 허가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설령 그 조건이 적법한 조건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민원 제기 없이 사업반대 및 철거만을
주장하는 민관협의회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반면 피청구인으로부터 적법하게 취득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에 따른 공사를 중지하게 되어
청구인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피청구인 주장의 요지
절차적 하자 : 사전통지 불필요
이에 피청구인은 행정심판 답변서를 통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과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이를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
청구인 역시 이 사건 처분에 관하여
사전에 인지하고 이후 논의과정을 진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본다면 청구인이 이 사건 처분에 관하여
행정구제절차를 진행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체적 하자 : 허가조건 미이행
또한, 피청구인은 "풍력발전 추진에 대해
이전부터 많은 반대민원이 있었고,
이에 따라 해상풍력 민관협의회를 구성했으나,
청구인이 이러한 민원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허가조건 위반에 대한
적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처분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취소 자체가 아닌
원만한 민원 해결이 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라는 명령에 불과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
이 사건은 청구인 신청으로
서면심리 외 구술심리까지 진행했고,
청구인뿐만 아니라 피청구인까지
변호사를 선임했던 사건이라
당시 실무를 맡았던 제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참고로 구술심리는 청구인, 피청구인
양측이 실제로 심판위원회에 출석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등 변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의 한계가 있다보니
구술심리를 신청하더라도 다 허용되지 않고
주로 법적 쟁점이 많거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되는 사건을 위주로
매회당 2~3건 밖에 선정되지 않습니다
한편, 소송(형사/민사 일부)과 달리
행정심판은 변호사 선임이 필수가 아니라서
일반적으로 선임비율이 그리 높진 않은데
이 사건의 경우 양측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다소 특이한 사례였습니다
인정사실
1)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2019. 5. 31.)
- 조건 : 시설물 운용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민원사항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문제 제기 시 적극적인 해결대책을 강구
2) 공유수면 점·사용 실시계획 승인(2020. 6. 16.)
- 조건 :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증 이면
협의조건 및 준수사항 이행 철저
3) 해상풍력 민관협의회 개최(2020. 10. 27.)
- 주요내용 : 어업인 등 사전협의 없는
풍황계측기 설치공사 중지 및
기 설치한 시설물 철거 요구
4) 공사중지명령(2020. 10. 29.)
- 처분사유 : 해상 풍황기계측기 설치사업을
진행하는 해당 해역은 어선어업 조업구역으로
어업인과 해상풍력 민간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사업 진행 불가
5) 행정심판청구(2021. 4. 22.)
판단사항(일부 인용)
- 취소청구 인용/무효확인청구 기각
결론적으로 행정심판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1)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 피청구인으로부터 이 사건 처분 전에
미리 불복절차에 대한 고지가 없어
이는 '청구기간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고,
이 경우 행정심판법 제27조 제1항이 아닌
같은조 제3항 및 제6항의 적용을 받아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가 아닌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심판청구를 하면 되는데,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한 날짜로부터 역수상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 대법원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반대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할뿐,
이 사건 처분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해당된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이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
3) 결론
- 다만, 위와 같이 사전통지를 미이행한 절차적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고,
취소청구는 인용한다(공사중지명령을 취소한다)
요컨대 이 사건의 핵심은,
첫째, 사전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등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사전통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사중지명령은 '부작위의무'에 대한
하명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이어서
사전통지 절차가 필요한 처분임)
둘째,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취소 청구는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만 심판을 청구하면 되지만,
무효확인 청구는 청구기간 제한은 없다
다만, 무효확인 청구의 경우
중대·명백한 하자임이 인정되야 하는데
대부분의 판례에서 사전통지 누락 등의
단순한 절차적 하자는 무효사유로 보지 않아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당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실무상 행정소송으로 가면
180일이 아닌 1년으로 적용받으므로
구제받을 가능성이 높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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