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경남 통영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민원인 A씨가 술에 취한 채로 들어와
갑자기 스마트폰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트는 등 소란을 피웠습니다
이에 한 직원이 볼륨을 줄여달라고 하니,
A씨는 직원들에게 '야 이 XXXX아'라며
욕설을 하면서 계속 소란을 피웠습니다
A씨 때문에 다른 민원업무들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직원들이 A씨를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A씨는 한 직원의 상의를 잡아 찢고는
멱살을 잡고 흔든 뒤 스마트폰을 휘둘러
그 직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A씨는 대법원으로부터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되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그 후로 민원업무를 맡은 모든 공무원에게
호신용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진상 민원인의 최후(대상적격)
통영시청 사건을 보니
제가 실제 처리했던 심판사건 중에도
특이한 사건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늦은 밤, B씨는 군청 당직실로 전화해
“군청 홈페이지에 공무원 직위명과
팩스번호 등이 잘못 적혀 있고,
홈페이지 접속도 잘 안 된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담당 공무원이
퇴근해버린 늦은 밤이어서
해당 직원이 다음날에 출근하여
B씨에게 전화해 상세히 설명했으나,
B씨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직속상관인 과장과 직접 통화를 요구했고,
과장은 상황을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군청으로부터 답변이 지연되자
다음날 바로 B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는데,
그 취지는 "○과장!! 부하들 수준이 왜 그래?
교육이라도 시키고 나서 월급을 줘라”는
심판결과를 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B씨가 이런 식으로
밤늦은 시간에 민원을 넣어
공무원들을 괴롭힌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위 사건을 접수한 행심위는
관련법령과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 후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립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부작위(不作爲)*에
대해 일정한 처분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청구할 수 있다.
*일정 처분을 해야할 법률상 의무를 불이행함
이 사건 민원은 단순 민원으로써
B씨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어
군청으로 하여금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군청의 회신 역시 처분성이 없는
민원 회신에 불과하여 B씨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법률관계에 변동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인바,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지 않다.” 며 청구를 각하합니다
☞ https://youtu.be/pY1SP_9sxLU
이를 쉽게 풀어서 설명드리자면
예컨대 여러분이 휴대폰이 고장나
이를 고치러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정작 고장난 휴대폰이 아닌
별도 구매한 거치대가 고장났다고
그 거치대를 수리해 달라고 한다면
서비스센터는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를 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휴대폰을
수리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고
서비스센터는 이에 대응해
휴대폰을 수리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별도 구매한
거치대 등 액세서리에 대해서는
수리요구권도 수리의무도 없습니다
민원인과 행정기관도 마찬가지로써
예컨대 민원인은 건축법상 인정되는
건축허가 신청권이 있는 것이고,
이에 대응해 행정기관에서는
요건이 맞으면 이를 허가해야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이지
민원인은 건축법에 없는 내용을
신청할 수도 없으며,
행정기관도 그 신청에 대해
대응할 의무가 없는 것입니다
요컨대, 행정기관에 대한 모든 민원신청과
이에 대응한 행정기관의 모든 행위가
심판이나 소송 등으로 다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따라서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할 때
해당 처분이 과연 다툴 수 있는 행위인지
먼저 살펴보고 진행하여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겠습니다
'법령정보(행정심판소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업분쟁, 이제는 법으로 해결될까? (1) | 2023.06.20 |
---|---|
노인학대 처벌 강화(노인복지법 개정 안내) (0) | 2023.06.20 |
초딩에게 담배를 판 편의점(영업정지사건) (2) | 2023.06.19 |
(심층분석) 간호법 제정안 찬반논쟁에 대하여 (0) | 2023.05.19 |
(팩트체크) 양곡관리법과 대통령 거부권 (2) | 2023.04.14 |
댓글